어느 순간부터 성장 속도가 약간 더뎌진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컨디션은 여전히 좋은 편이고, 매일 새로운 변화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서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치료가 길어질수록 마음 한켠에 불안함이 스며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모카의 모습을 보면 ‘지금 잘 버티고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이전에는 단 한 번도 올라가지 않던 스크래처 위에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예전처럼 호기심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는 듯합니다. 특히 동공이 좁게 닫혀 있던 점을 보면, 뇌압이 안정된 신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사소한 변화 하나가 지금은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요즘 모카는 밥을 먹을 때 다리를 넓게 벌리고 앉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뒷다리가 불편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자세 잡는 게 아직 완전하지 않은 건지는 좀 더 관찰이 필요하지만, 식욕이 유지된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무려 10초 동안 손길을 허락해준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는 다시 1초도 허락하지 않더군요. 하루에도 컨디션의 기복이 심해 반응이 다르지만, 잠깐이라도 손길을 받아준 건 분명 관계 회복의 신호라고 믿고 싶습니다.
저녁 무렵, 거실 한켠의 큰 화장실로 천천히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카메라를 급히 켜느라 전부 담진 못했지만, 스스로 화장실을 찾아간 것만으로도 큰 희망이 생겼습니다. 물론 아직 ‘화장실로 인식하고 들어갔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얼마 전 태태가 사용하는 모습을 자주 봤던 걸 생각하면, 따라 배우는 과정일 수도 있겠지요. 이렇게라도 조금씩 배워간다면 언젠가 모래를 덮는 행동까지 가능할 거라 믿습니다.
모카는 여전히 치료 중이지만, 오늘 하루는 분명 한 발 더 나아간 날이었습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그리고 한 뼘 더 성장한 하루. 그게 바로 고양이 복막염(FIP) 치료의 여정이자, 우리 둘이 함께 쓰는 회복의 기록입니다.
복막염 신약 투여 56일차 / 총 84일 일정
오전 10시(수두증 약), 오후 10시(FIP 신약)
활력 회복 중, 대소변 자발 조절 미흡, 식욕 양호
컨디션 7.5~8 / 10
댓글
댓글 쓰기